기본
허기
사춘기
2019. 7. 7. 12:31
퇴직을 축하해 준 사람들에게 점심을 대접하기 위해 만났다.
외곽으로 나가고 싶어 운전을 꼬드겼더니 모르는 척 응해준다..
섭씨36도까지 올라간 여름날 팔당호를 옆에 두고 두어시간 돌다가
경기도 비버리힐스라는 서종면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북한강이 한눈에 보이고 수상스키를 타는 멋진 포즈와 물결에 눈이 호사했다.
창밖 풍경은 환상적이었으나 앞에 놓인 식탁은 실망을 넘어 분노에 가까웠다.
22,000원 2인 이상 주문가능이라는 메뉴판은 그냥 이미지였나보다.
2인 이상이라고 해도 주문 인원에 따라 양이 달라져야 하는데
우리 앞에 놓인 상에는 고등어 한마리, 황태 한마리, 갈치 3토막이 다였다.
구색 맞추기 약간의 반찬 몇가지가.
크게 쏘겠다고 큰소리 뻥뻥 쳤는데
밥상은 얼굴이 벌개지게 만들었다.
멋적음을 면하려 했을까 말이 점점 많아졌다.
남의 말도 자르고 말을 하기도 했다.
남의 말을 다 듣고 자르라는 말도 들었다.
나보다 먼저 퇴직한 사람은 미소를 지으며 물끄러미 바라보기만 한다.
설왕설래를 넘어선 설전의 결론은
지금은 건강이 제일 우선이고 건강을 바탕으로 뭔가를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트레킹 같은 운동도 하고
살도 빼라는 말로 결론을 지었다.
나는 또 게으르고 변명만 앞세우는 무능한 사람이 되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자꾸 말을 하는 것은
말에 대한 허기가 심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