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몸살
사춘기
2019. 7. 2. 00:01
기침이 점점 심해진다.
관절이 욱신거린다.
몸살이다.
그저 그렇게 지나갈 거라 여겼는데 존재를 표시하고 싶었나보다.
기침이 심할 때는 피냄새도 난다.
환절기마다 감기를 앓지만 마음을 다치면 환절기가 아니어도 몸살을 앓는다.
퇴직이 쉬운 건 아닌가 보다.
갈 데가 없다.
할 일이 없다.
어땋게 해야 하나
에서 막막함은 있었지만 지금 당장 움직일 수 있는 몸이 아니었고
직장에서 일정을 세우고 일을 만드는 습관이 남아서인지
나름 동선과 할 일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퇴임식과 거의 동시에 몸살이 찾아왔다.
유월 마지막 날 사무실에 나가 마지막 정리를 마쳤다.
다음 회식에 초대할 테니 와 달라는 초청을 거절했다.
지나간 시간과 사람들을 잡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부서로 옮기고 나서 다음날 그 부서에 갔을 때 느끼는 낯섬을
퇴직 후 회식에서 더 짙게 느끼고 싶지 않아서다.
성인이 되고 취직해서 회사에 모든 걸 걸고 직장을 다닌 건 아니지만
지금까지 선공후사를 실천하며 살았던 내 인생에서
많은 공간과 시간을 점유했던 곳과 사람들과
어떤 시점을 기해서 단절되었고 단절했다.
전부였던 공간과 시간이 사라진 것에 대해 적응하기 힘들다.
할 일이 없고 갈 곳이 없는 것보다
존재하되 존재하지 않는 단절된 공간과 사람들이 우주공간처럼 느껴져 적응하기 힘들다.
몸살이 난 건 그 이유가 아닐까 나름 짐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