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사춘기 2016. 7. 13. 10:52

삼십년을 넘게 일하면서 그녀와는 5번을 같은 건물에서 일했다.

나이도 동갑이다.

작은 인연이 아니다.

그녀가 입사해서 처음 만난이가 나라면 더욱 더.

그것도 나와 같은 일을 하는. 그러니까 내가 사수인 셈이다.

 

며칠 전 그녀는 이곳에서 나와 4년을 같이 한 후 다른 곳으로 옮겼다.

그런데 떠나고 나서 뭔가 이상함과 어색함이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무엇일까?

왤까?

살면서 처음 겪는 이상함 이었다.

며칠 동안 원인을 찾았다.

 

조금도 서운하지 않은 감정이었다.

0.1%로도 없다고 단정할 정도로 이렇다 저렇다 할 감정이 생기지 않은 것이다.

놀라거나 당황하거나 해야 하는데 당연하다는 이 느낌.

 

입사 때 잠깐이지만 내 조수였던 그녀가 승진해서 떠났으면

하다못해 시기심 질투심 같은 거라도 있어야 정상일 것이다.

그러한 기본적인 감정조차 생기지 않았다.

 

언제부터 감정이 이렇게 메말랐을까?

다른 여직원들과는 나이 차이가 커서 둘이서만 대화했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4년을 지냈다.

설사 좋은 감정이 아니라면 나쁜 감정이라도 있어야 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나는 또 내게서 답을 찾기 시작했다.

우울증인가. 소심함일까. 쪼잔함일까. 등등

 

그러다가 문득 내가 그녀에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었다는 걸 발견했다.

어쩌면 떠나기 바로 전 그녀가 내게 한 이기적인 행동이 그녀에 대한 내 감정을 결론 내렸는지도.

자기가 참석해야하는 회의를 가기 싫다고 나보고 대신 가라고 해서 안 간다고 했는데

어쩔 수 없이 참석하고는 일체 말도 시선도 마주치지 않았었다.

어깨수술하고 좌석 없는 대중교통은 이용하지 못하는 내게 대신 가라고 하는 이기심이 싫었다.

어쩌면 그녀의 철저한 자기중심이고 직설적인 표현이 나도 모르게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았었나 보다.

떠나기 전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난 그 사과마저 이기적으로 들렸다.

 

서글프다.

인연의 낭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