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한강에 대한 짧은 생각

사춘기 2015. 5. 5. 12:49

사는 집도

다니는 직장도

강북에서도 오지에 속하는 곳이라

서울특별시 시민이라고 하기엔 좀 뭐한 서울특별시민이다.

그러기에 종로나 명동 같은 서울 사대문 안에 나간다는 것도

강을 건너 강남으로 볼 일을 보러 간다는 것도 내게는 큰 일이다.

시골 사람이 장날 장에 가는 것처럼.

 

서울 생활 34년째, 만으로도 33년이 넘었다.

서울에 와서 놀란 것 중 하나가 한강이었다.

강북에 둥지를 튼 오빠랑 자취하면서 강을 건너 출퇴근했다.

당시에는 한강에 다리가 그다지 많지 않던 시절(혜은이의 제3한강교가 히트치던)

전철을 타고 한강을 넘나들던 나날들

한강은 내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느끼게 했다.

한강에 대한 내 짝사랑이 그 때 시작되었는지 모른다.

한강에 가면 집에 온듯한 포근함이 좋다.

 

참으로 오랜만에 매일 한강을 건너가고 건너왔다.

이제는 나도 한강이 항상 그 모습이 아니라는 걸 안다.

지하철에서 버스에서 사람들을 의식하지 않고 먼지 낀 유리창을 통해 한강을 담았다.

 

난 외국여행을 많이 하지 못해 다른 나라의 강변 풍경을 잘 모른다.

텔레비전 여행프로그램이나 드라마와 영화에서 보는 게 다다.

하지만 프랑스나 영국을 다녀온 사람들은 우리 한강이 훨씬 좋다고 한다.

그런데~~~~ 왜 한강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강변풍경이 되지 못하는 걸까.

 

홍수피해를 줄이기 위해 고수부지에는 시설물이 없고(지금은 많지만)

강변에는 밋밋한 아파트만 즐비하지만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유식한 말로 스토리텔링을 만들면 된다.

만들 필요도 없다.

우리가 한강에서 느끼고 봤던 것을 조금만 예쁘게 만들면 된다.

글을 잘쓰는 사람은 글로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은 글로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은 사진으로

 

한강이 일상에 편하게 녹아 있어서 이야기가 뭐가 있어?

많다.

예로 한강 해돋이와 해넘이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아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

출퇴근하면서 늘 보는 풍경이라서 모르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화동 낙산이 아마추어 사진가들에 들에 의해 입소문을 타고

낙산은 소설속에서 풍경으로 살아나고

뭐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한강이 세계적인 강이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영화나 드라마에 배경화면으로 자주 사용하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이야기를 만들어 올리는 거다.

카페든 블러그든 입소문이든

우리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한강을 우리에게 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