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옛날 이야기 하나

사춘기 2013. 10. 19. 10:45

아들이 외할머니가 보고 싶어

외할머니랑 같이 잔다고 목요일 밤에 온다고 전화가 왔다.

금요일이 휴강이라서 외할머니 댁으로 가니가 기다리지 말라는 말까지 더 얹어서

 

갑자기 목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는다.

그냥 집으로 와

왜요?

그냥 와. 오면 설명 해줄게

 

끈질기게 이유를 붙는 아들을 윽박질러 집으로 오게 했다.

아들은 현관을 들어서자 마자 이유를 묻는다.

할머니께서 거동을 하지 못해 요양원으로 모셨어

......

굳은 얼굴로 쏙 들어가버린다.

 

오빠네로 가실 때 아들은 우리가 모시면 안되냐고

진지하게 내게 물었다.

아직은 순수한 아들에게 어른들의 세계를 말해 주지 못하고 얼버무렸다.

 

엄마가 갑자기 몸을 부려

혼자서는 일어나 앉지 못하고 부축해도 서지 못하신다.

몸에 옷 하나를 더 보태게 된 것이다.

정신도 이제는 가늠이 안될 정도 

갑자기 죽음의 그림자까지 얼굴에 담아 모두를 긴장하게 만들었다.

그저께 뵌 모습에서는 사라져 안심했지만

 

사람이 몸을 부리면 움직이게 한다는 게 그리도 힘들다는 걸 몰랐다.

요양 등급때문에 병원을 모시고 다녀오는데 4남매가 매달려도 어려웠다.

 

입주 간병인을 두고 모시려 했지만

간병인 하나로는 엄마를 움직이에 하지 못해 요양원으로 모시기는 했지만

돌아오는 차안에는 적막만 흘렀었다.

그나마 오빠네 동네에 위치하고 있어 수시로  뵐 수 있다는 거로 위로를 삼는다.

 

오늘 오후 아들과 엄마를 뵈러 간다.

아들이 요양원을 보고 충격받을 건 뻔한데

뭐라 해줘야 할지 난감하다.

내가 받은 충격도 컸었으니까.

 

지금 난

아들의 지게에 앉아 산으로 가는 장면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