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어느 여배우의 죽음

사춘기 2005. 2. 23. 10:20
어제 저녁 회식자리에서 여배우 이은주의 자살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장난이려니 했는데 진짜라고 한다.

정상을 향해 발돋움하는 그녀가 왜?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자살이 내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일면식은커녕 어쩌면 죽을 때까지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으니

나와는 어떠한 식으로도 인연이 없는 사람은 분명한데도

내게 슬픔과 충격으로 다가왔다.

내가 왜?


어제 저녁 내내 이은주를 생각했다.

내가 여배우 이은주를 알게 된 것은 전파견문록이라는 프로그램에서다.

그녀가 출연한 영화는 한 편도 본 적 없다.

드라마 불새를 빼고는


전파견문록에서 이은주는 여느 배우와 다른 모습이었다.

순수하면서도 영리해보였다.

연예인이지만 흔히 말하는 가벼운 존재로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호감이 갔고 불새도 열심히 봤다.

이서진이나 에릭이 아닌 이은주 때문에 봤다.


나도 우울증으로 삼사년 고생했다.

처음에는 우울증인줄 몰랐다.

우울증의 시초는 회의와 허무감이고

뒤이어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회의하고

또 나라는 존재를 없애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고

자식이라는 의무감이 없었다면

충동이 일 때 아들이 눈앞에 없었다면 지금 나는 존재할까

그런 저런 이유로 나는 이 공간을 사랑한다.


자살에 이유가 있을까.

죽고 싶은 순간에는 이유가 없는 것 같다.

그냥 죽어버리고 싶을 뿐 죽고 싶을 뿐이 아닌


우울증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을 때 나를 보니

나는 바보가 되어있었다.

단순화 시키지 않으면 미친다는 처방전으로

나는 바보가 되어있었다.

전화번호를 한번에 외우지도 못하고

멀티기능이 사라지고 스테레오 서라운드 시스템도 망가졌다.

자살을 면한 대가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어제 밤 내내 이은주를 생각했다.

어쩌면 이은주가 아니라 우울증에 대해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다시는 곁에 두고 싶지 않은 증세 우울증은

소심하고 자존심 강한 사람을 아주 좋아하는 게 아닐까


여배우의 자살 소식을 듣고 나를 생각한다

사람은 언제나 이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