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 끝이 없다
-김현태-
언제부턴가 혼자라는 사실이
괜히 서글프게 느껴진다면
그건 때가 온 것이다
사랑을 할 때가 온 것이다
꽃이 꽃보다 더 아름답게 보이고
바다가 바다보다 더 외롭게 보이고
모든 사람이 아픈 그리움으로 보일 때
사랑은 밀물처럼 마음을 적시며
서서히 다가오는 것이다
사랑을 하려면 먼저
자연을 향해 마음을 열어야 한다
물 속에 핀 어린 나무의 그림자를 사랑해야 하고
하늘을 들었다 놨다 하는 새들을 사랑해야 한다
홀로 선 소나무는 외롭다
그러나 둘이 되면 그리운 법이다
이젠 두려워 마라
언젠가 찾아와 줄지도 모르는
그런 사랑을 위해
마음을 조금씩 내어주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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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날
충남에 있는 남당항에 다녀왔다.
이정표에 있을 정도면 꽤 유명한 곳인데도
우리는 그런 곳이 있나 하고 살았다.
새조개가 풍년이라는 텔레비전을 보시고
엄마가 가자고 하셔서 다녀왔다.
남편만 없었으면 참 재미있게 다녀왔을 텐데
남이 들으면 우스운 말이다.
나는 내내 긴장해서 다음날 그대로 다운되었다.
이층을 오르지 못하시는 엄마니까 동생은 최대한 배려하는데
남편은 자기 차대기 쉬운 곳만 찾는다.
휴게소마다 화장실을 들려야 하고 몸도 풀어야 하는데 그냥 지나친다.
노인들하고 먼 거리 여행하면 기본상식인데도
남편은 자기 기준으로 한다.
일일이 이야기 할 수도 없고
가끔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신 동서에게 말씀하셨다.
그 애는 퍼붓기는 해도 뒤 끝이 없어야
그러면 동서는 뒤에서 이렇게 말한다.
하는 사람은 퍼부었으니 시원하여 뒤 끝이 없겠지만
당한 사람은 풀지 못하니까 뒤 끝이 있는데 어떡할 거냐고
결국은 남에 대한 배려다.
나 화난다고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면 본인이야 편하겠지만
당한 사람은 앙금으로 남는다.
혼인하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직원
잘 다녀왔다고 하면서 여행지에서 싸웠는데 자기가 졌다고 한다.
진 게 아니라 져 준거지
힘이 있는 사람이 진 것은 진 게 아니고 져 준거고
힘이 없는 사람이 진 것은 진 거라고
져 준 기분하고 진 기분하고 같겠느냐고
그러니까 힘 있는 남자가 남편이 져 줘야지
했더니 맞다 며 웃는다.
결국은 남의 형편을 얼마나 배려하는가의 문제다.
그 사람 가슴의 온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