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카치카 이를 닦으며 거울을 본다.
하얀 제법 하얀 얼굴이 나를 본다.
심술궂어 보이기도 하지만 하얀 낯빛이 살갑다.
녹즙을 먹기 시작한 지 1년여
기미가 다 빠졌다고 할 수 있겠다.
예뻐지면 뭐하나.
마음이 여유가 없는 걸.
겨울 방학식이 있던 날
아들은 여자친구의 초대를 받았다고 들 떠 나갔다.
가방에는 포장한 선물상자를 넣고서.
여자친구 줄 선물 사게 돈 좀 달라는 아들
별거 아니겠지 하며 줬는데
삼만원이 넘는 목도리를 사서 돈을 들여 포장을 했다.
이그 이 넘
엄마한테는 생일 선물로 심천원짜리 빵도 안 사주면서...
서운했다.
그냥 서운한 정도가 아니라 몹시 서운했다.
돈을 벌지도 못하는 아이에게 선물은 무슨
여자친구한테는 선물을 하면서 엄마인 나에게는?
하며 서운해 했다.
며느리가 있었다면 아마 그 서운함을 며느리탓이라고 했을 것이다.
아들이 잘못했는데 욕은 며느리가 먹는다.
무슨 이치인가.
내게 있어서 일순위는 남편이다.
핸드폰에도 1번은 아들이 아니라 남편이다.
엄마도 아니고 형제도 아니고 남편이다.
그럼에도 나는 아들에게 1번을 나에게 줄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고 있다.
무슨 횡포인가.
아들에게 있어서 일번은 여자친구다,
나중에는 아내일 거고 자식일 거다.
엄마인 나는 삼순위로도 만족해야 한다.
알면서 왜 서운할까.
일순위가 누구인지 인식하지 못하거나 느끼지 못한다면
장차 아들이 자기 식구들과 살 때
삐걱이는 소리는 아주 커다란 소음이 될 것이다.
아들은 그 선물을 전하지 못해 허탈한지
집으로 돌아오는 차에서 내게 전화했다.
아들의 아픔이 내 아픔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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