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사춘기 2006. 3. 2. 11:29
일년 삼백육십오일 눈만 감으면 꿈을 꾼다.

요즘은 호화찬란한 칼라에 돌비시스템과 서라운드를 모두 갖춘 꿈을 꾼다.

붙잡으면 허공이고 그러면 꿈을 깨고 또 다시 그 꿈을 이어서 꾼다.


엄마가 연거푸 응급실을 신세를 졌다.

일요일에는 머리가 아파서 뇌출혈일까 겁나서

화요일에는 응급실에서 전화를 받고 찾아가니 계단에서 넘어져 손이 피가 낭자하다.


넘어진 이유가 뇌출혈이 아닌 단순사고여서 그나마 다행이지만

세 손가락 끝마디 근육을 많이 다쳐 수술을 했고

새끼손가락은 신경마저 다쳐 감각에 이상이 있을 거라는 의사의 설명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뼈가 무사하다는 것이다.


꿈에 외할머니를 뵈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큰 외숙이 외할머니께 가자고 손을 내미는 장면에서 잠을 깼다.

내내 외숙이 걱정되어 안절부절 하다가 밤이 되자 개꿈이지 하는데

머리가 아픈데 가라앉지 않는다고 엄마한테서 전화가 온다.

다행히 뇌출혈의 징후가 발견되지 않았다.


또 꿈에 아버지와 다퉜다.

엄마가 아버지에게 가자고 손을 내미는 장면에서 잠을 깼다.

엄마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걱정되어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응급실에서 전화가 왔다고 연락이 온다.


내 꿈은 개띠가 아니지만 개꿈이다.

일년 열두 달 삼백육십오일 눈만 감으면 꾸는 꿈이 영험할리 없다.

그래도 연거푸 꾸는 그런 종류의 꿈은 특히 돌아가신 분이 꿈에 나오면

영 기분이 개운치 않다.


꿈에서 외할머니께서는 말씀을 하지 않으신다.

항상 바라보기만 한다.

아버지는 나무라기만 하고 다투기만 한다.


외할머니가 보이는 날의 일은 다행이라는 결론으로 끝나고

아버지가 보이는 날은 이게 웬일이래로 끝난다.

두 분 다 남은 가족을 돌보는 위치에 계시는 분인데

외할머니는 돌보심이 계시고 아버지는 사고가 존재한다.

모성과 부성의 차이인가 개똥철학의 돌도르도사의 아전인수인가.


외할머니가 보고 싶다.

엄마보다 더 나를 아껴주신 외할머니가 몹시 그립다.

외할머니의 품에서 젖을 만지며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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